정치일반

최종구“고향 강원도에 도움 되고자 맡은 자리… 선거에는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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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율곡연구원 신임이사장(오른쪽)이 지난 10일 심은석 강원일보 취재담당부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세희기자

심은석이 만난 사람 - 율곡연구원 이사장으로 인생 2막 연 강릉 출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연구원 운영 계획 강원도 대표 연구·진흥기관으로 성장 목표

2년 뒤 총선 출마? 60대에 다른 분야인 정치 시작 내키지 않아

전문가로서 본 경제 상황 인플레이션 우려 가중이 최대 난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율곡연구원 이사장을 맡아 제2의 인생을 열게 됐다. 퇴임 2년6개월 만에 첫 공식 활동이다. 강릉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 전 위원장은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거쳐 2017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금융위원장(장관급)으로 재직한 그는 몇 안 되는 강원도 출신 재정·금융통이다. 일체의 대외활동을 하지 않던 최 전 위원장이 율곡연구원 이사장을 맡게 된 이유는 남다른 고향사랑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최종구 율곡연구원 이사장을 만났다. 율곡연구원에서 출발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으로 흘렀다.

■금융위원장에서 퇴임한 지 2년6개월 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주로 기업체와 금융기관에서 강연 요청이 있어서 2년여간 20회가량 강연했다. 퇴임 후 공교롭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에 대해 주로 강의했다. 그러다 보니 강연 자료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해 공부도 많이 하게 됐다. 강연과 공부를 반복하며 지낸 것인데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

■한동안 공식 활동을 안 하다가 율곡연구원 이사장직을 수락한 동기가 궁금하다=금융위원장 퇴임 후 고향 강릉에 계신 여러 분이 율곡연구원 이사장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 왔었는데 그때는 이런저런 오해가 염려됐고 그런 핑계로 완곡하게 거절했었다. 최근 다시 맡아 달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더 이상 마다하기가 어렵고 또 고향 강원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해 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고향이 강릉이라 율곡 선생은 친숙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선친께서 글씨를 많이 쓰셨는데 예전 율곡제 서예 부문 심사위원장도 하셨었고 어릴 적 오죽헌을 자주 찾았던 추억이 있다. 사실 율곡 선생은 강릉 사람들에게 친숙한 것은 물론 어머니인 신사임당과 함께 5,000원권, 5만원권 지폐에 새겨져 있어 국민께도 친숙한 분이다. 그러나 율곡 선생에 대해서는 오죽헌, 10만 양병설, 격몽요결 정도가 알려져 있고 실제로는 별로 알려진 게 없기도 하다. 그래서 그분의 학문, 사상을 알리고 선양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보람이 클 것으로 생각됐다.

■율곡연구원의 운영 계획이 있다면=율곡연구원이 단지 율곡 선생과 신사임당을 기리고 사상과 업적을 선양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강원도에 산재해 있는 전통과 역사자료들을 발굴·정리하는 일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이런 여러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율곡연구원이 강원도를 대표하는 연구·진흥기관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열정을 쏟을 계획이다. 신사임당에 대한 이미지도 현모양처에 갇혀 있는 부분이 있다. 탁월한 여성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한 재조명과 선양에도 관심을 갖겠다.

■일각에서는 2년 후면 총선과 연계해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2년 전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이미 늦었다고 판단해 출마하지 않았는데 출마했다면 그때 하지 않았을까. 정치는 그쪽에 맞는 자질을 갖춘 분들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오던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인 정치에 뛰어들려면 좀 더 젊어야 한다. 2020 총선 때 출마 권유가 많았었는데 그때 50대였다면 부족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출마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60대에 지금까지와 다른 분야인 정치를 시작한다는 게 선뜻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그럼 경제전문가로서 질문에 답해 달라. 현재 경제상황 어떻게 보나=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의 대외 충격이 강하게 왔을 때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대외 충격에도 금융기관의 자체 재원이 충분하고 외환보유고가 뒷받침되면 시장이 안정되는데 코로나 상황에서 재정 여력은 조금 더 약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진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 심해졌지만 유가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되는 것이 가장 큰 난제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재정지출이 크게 늘고 있고 국가부채가 너무 가파르게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다=우리도 코로나로 인해 돈을 많이 쓰긴했지만 연간 2,400조원가량을 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려할 정도로 많이 쓰지는 않은 측면이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국가부채가 10% 이상 늘었는데 우리는 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재정을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 사회안전망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상당히 큰 자영업자 위주로 지원금을 나눠주는 등 재정지원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경제는 언제쯤 나아질까=코로나 확산 추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경계감은 많이 낮아진 상태다.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위기 관리 모드로 계속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지난해 많은 부분 회복이 됐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서 계속 빠져나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는데 지금도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심해질 수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고 민간 성장 동력 확충을 통한 고용을 좀 더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새 정부가 5월 들어선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하실 말씀이 있다면=우선 대선 기간 만들어졌던 공약을 면밀히 재점검하고 급조된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공약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대로 타당성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일부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공약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 있는데 정책이라는게 추진하다가 부작용이 있다고 하면 내부 토론을 거쳐 수정도 하고 중단도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 탈원전 문제,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공약을 밀어붙이면서 부작용이 생기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다. 새 정부가 좋은 정책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은 면밀히 따져보거나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강원도민들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공무원으로 일하는 내내 강원도 일이라면, 강원도 사람이라면 더 챙기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었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데 퇴직 후에 또 율곡연구원의 일을 새롭게 하면서 강원도에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 요즘 강원학사 출신들 모임인 숙우회에서 여러 뜻깊은 일을 많이 하는데 강원도의 젊은 인재들을 잘 키우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올해 103세 되신 김형석 교수님께서 돌아보니 65세부터 80세까지 사회에 봉사하던 시기가 인생의 가장 황금기였다고 말씀하셨는데 율곡연구원에서 봉사하며 보람을 찾아가겠다.

■최종구 이사장은

◇1957년 강릉 출생

◇강릉고·고려대 무역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학위 취득, 제25회 행정고시 합격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제19대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금융위원회 위원장(장관급) 등 역임.

심은석 취재담당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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