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율곡에게 길을 묻다]“사람답게 살기 위한 세상 구현의 제일 조건은 교육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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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다

◇경기 파주 율곡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동호문답, 오죽헌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성학집요, 강릉시 오죽헌 시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보물 제602호 격몽요결.

조선 사상가 중 유일하게 교육학 영역 철학서 여러 권 남겨

'격몽요결' 개인교육 차원 수기치인(修己治人) 자세히 제시

'학교모범'은 공동체 교육 차원 대략적인 정돈…영역 확장

인간의 품성 형성은 물론 건전한 사회도덕 유도하도록 지시

인간은 '사람임'이라는 존재에서 삶의 문을 연다. 그리고 '사람됨'으로 나아가 '사람다움'이라는 성숙의 단계를 거친다. '사람임'은 '생물적 측면'으로 제한되는 비도덕적 존재를 가리키고, '사람됨'은 '사회적 차원'에서 인식되는 가치의식이다. 최고의 가치인 '사람다움'은 '인격적 차원'에서 품격(品格)을 제대로 가꾼, 교육받은 인간이다. 교육은 이 세 번째 단계의 '사람다운' 인간 양성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삶의 전 영역에서 사람의 품격을 갖춘 인간 양성에 개입한다. 한국의 전통사회에서 그 교육철학의 절정은 율곡의 사유에서 확인된다. 특히 '격몽요결'의 서문에는 인간다움을 향한 교육적 선언을 간절하게 호소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교육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율곡이 강조한 교육이 특별한 사안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부모의 자식 사랑, 자식의 효도, 신하의 충실, 부부의 상호 공경, 형제 사이의 우애, 젊은이의 어른 존경, 친구 사이의 신의 등 평소에 그 본분을 다하는 일일 뿐이다. 어쩌면 일상의 상식을 제대로 구가하려는 차원이다. 그런데 합리적 일상을 깨우치지 못하고, 편벽(偏僻)과 자포자기(自暴自棄)로 인생의 명맥을 이어 가는 사람도 많다. 그런 인간의 삶을 합리적으로 인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교육'이다. 이런 인식이 깊어질수록 율곡의 삶은 온통 어리석음을 깨치는 격몽(擊蒙)으로 몰입되는 듯하다.

율곡의 '동호문답'에 '교육'에 관한 신중한 논의가 하나 등장한다. “손님이 묻는다. '낡은 법을 고쳐 사람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었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주인이 답한다. '사람이 편안하게 살게 된 다음에는 교육을 베풀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율곡은 삶 자체를 교육철학으로 무장했다. 20세 무렵 '자경문(自警文)'을 지어 스스로 삶의 길을 다진 이후, '화책(化策)', '격몽요결(擊蒙要訣)', 학교모범(學校模範)', '은병정사학규(隱屛精舍學規)', '성학집요(聖學輯要)' 등 다양한 저술을 통해 자신의 교육철학을 실천했다. 그 결과, 조선의 사상가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학 영역의 철학서를 여러 권 남겼다.

율곡은 이렇게 자생적으로 구축한 교육철학에서 중요한 전제를 내세운다. 그것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과 '사람다움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교육적 신뢰다. '인간은 변화를 통해, 건전한 인격을 갖출 수 있다!' '올바른 인성 구축을 위한 자기 변화!' 율곡의 강렬한 교육적 시선은 인간의 왜곡된 기질(氣質)을 고쳐 나가는 데 온 힘을 쏟게 만든다. 율곡은 무엇보다도 우리 삶의 현실세계를 중시하며, '일상사에서 상식이 통하는 인간 양성'을 주장한다. '인간의 바람직한 변화'에 무게중심을 둔 교육의 속성은, 율곡의 실천 속에서 인간의 품격을 다져 나가는 작업이었고, 사람다움의 길을 열고, 그것을 당당히 구현하는 일이었다.

율곡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기질 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 이론은 나쁜 상황으로 전락한 기질을 교정하는 작업인 '교기질(矯氣質)'로 드러났다. 기질의 변화를 앞세운 교육철학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전제하고,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누구나 바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신뢰에 기반한다. 교육에 대한 적극적 옹호다. 기질의 차이에 따라 그것을 교정하는 방법은 '극기(克己)'와 '면강(勉强)'으로 제시된다. '극기'는 '개인적 욕망을 이기는 일'이고, '면강'은 '힘쓰고 노력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교육적 자세는 절대 '중도에 그만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끝까지 공부하라! 그리하여 '들뜬 생각'인 '부념(浮念)'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마음을 바로잡으라!

마음을 바로잡으려는 교육철학을 고심하면서, 율곡은 교육의 내용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그 핵심이 당시 일반교육이나 국민교육에 해당하는 '격몽요결' '학교모범'에 담겨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어떠해야 하는가? 왜 하는가?' 등 교육철학 전체를 진지하게 고려한다. 그리고는 자기 수양과 관련된 항목에서 집안을 다스리는 법, 지역사회에서의 행동과 대인관계, 직업 진로의 한 과정인 과거 준비 등의 내용을 담아낸다. 그것은 교육의 원칙과 위상 정립, 현실 인식과 교육의 역할, 교육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 가득한 교육지침이다. 자연의 질서와 사물의 법칙, 그리고 인간의 품성에 관한 유학의 시선을 드러내면서 교육의 역할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음을 통해 위기의식을 일깨운다. 관료들의 잘못된 습속, 양심 불량, 헛된 명예에 의한 본분 망각 등을 거론한다. 당시 교육 현실에 대한 율곡의 비판적 진단이다. 교육을 통해 낡은 시대정신을 제거하자! 한 사회를 인도하던 지도자로서 강력한 책무성을 발휘한 외침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율곡 이이는 조선의 유학 교육을 가장 체계적으로 정돈한 교육철학자다. '자경문'에서 '성학집요'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논저에서도 확인되지만, '격몽요결'과 '학교모범'에서 제시한 유기체적 사유는 완미할 만하다. '격몽요결'은 '개인교육' 차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에 대해 자세하게 제시했고, '학교모범'은 '공동체 교육' 차원의 수기치인에 대해 대략적으로 정돈하며 그 영역을 확장했다. 이는 개인적 측면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되는 교육의 전체성을 고려한 조선 교육학의 정립이다. 그 사유는 현대성을 넘어 오래된 미래의 교육원리를 예견하는 듯하다. 율곡의 교육철학은 객관적 지식 습득에 빠져 교육을 왜곡하는 현대교육의 상황을 철저하게 초월한다. 지식의 측면을 넘어 지혜를 터득하는 삶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인간의 품격을 드높이는 품성형성은 물론 사회도덕을 건전하게 유도하는 교육적 차원을 구축하도록 지시한다. 요컨대 율곡은 '사람다움'에 뜻을 두고, 일상생활의 합리화를 기약하는 교육인간학을 열망한다. 그것은 현대교육의 본질을 근원적으로 캐묻는 계기가 된다. 율곡의 목소리는 강렬하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인간 세상,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제일 조건은 교육의 활성화다!'

신창호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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